락(樂)다이어트위해 오직 나에게만 신경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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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반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비만 체형은 내 잘못이 반이라면 그에 못지않게 나쁜 환경의 탓도 크다. 과식이나 폭식, 그리고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통제불가능 상황은 많은 경우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와 환경에서 비롯된다. 일이나 사람, 그 밖의 외부요소에 욕심내면 낼수록 스트레스는 커지고 그 고속해결책인 음식섭취량도 는다. 락다이어트의 폐인 전략은 한국인의 관계중심성과 음식량의 상관관계 법칙에서 만들어졌다.
내가 겪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친구한테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좋아 몇 시에 만나지?
자연스럽게 장소를 고르는 중에 내가 한마디 했다. "지금 감기가 낫는 중이니 술은 못할 것 같아" 했더니 그 친구 왈 "그래 그럼 다음에 보지 뭐"한다.
술 없이 만나기가 너무 어색한 한국남자들의 자화상이다. 남자들만 그런 건 아니다. 동성친구, 특히 남자친구끼리 공원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낯설다. 우리는 항상 음식을 앞에 놓고 누군과와 만난다. 우리들의 관계는 음식들로 연결되어 있다. 관계의 중심이 사람이 아니고 음식일 경우도 다반사다.
직장회식, 친구만남, 비즈니스미팅, 가족행사, 심지어는 동창회, 등산, 운동회, 여행까지 그 중심에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이 있다. 이런 관계에서라면 음식에 대한 통제권은 이미 자신에게 없다. 주도권은 벌써 관계의 속성이나 관행에 넘어가 있다. 억지로 음식을 더 먹고, 억지로 술을 더 마시고, 허리띠를 풀어 무장해제할수록 관계의 만족도는 커진다. 관계를 위해 내 위와 건강을 포기하는 쪽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젓가락 가는 횟수나 음식이 적어지는 속도가 줄면 바로 상대의 태클이 들어온다. "왜 입맛이 없니?", "좀 더 먹지 그래?", "왜 안 좋은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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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찾아온 40대주부 이제비씨는 친구들과 만남이 잦은 편이다. 그 역시 친구들과의 잦은 만남이 자신의 다이어트 최대의 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정해놓은 양 만큼만 먹으라는 처방을 듣고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선생님 그럼 저보고 친구를 모두 끊으라면 말씀이세요?"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따라 비만 되는 격이다.
50대 후반 주부인 양의리씨는 처음에는 비만이 아니라, 부쩍 심해진 무릎 통증 때문에 고관절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골프를 즐겼다. 필드에 많이 나갈 때는 주 3회가 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무릎이 안 좋아 골프는 고사하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어졌다.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그녀에게는 절망적인 선고를 내렸다. 과체중으로 양쪽 무릎 연골이 많이 상해, 인공관절 치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3일 밤낮을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고 한다. 수술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시나 싶어 마지막으로 내 진료실을 찾았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체중을 보다 못한 딸이 엄마 대신 예약을 했다. 양의리 씨는 키 163cm에 75kg의 몸무게의 체형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랬다. 그녀는 누가 봐도 멋진 나이스프렌드다. 그녀 옆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그녀가 앞장서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모임도 부지기수였다. 일주일의 반 이상이 장시간의 외식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사람 좋은 그녀는 먹성도 좋았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앞장서 음식을 먹어치우는 식신 친구였다.
나는 그녀에게 내몸일등을 위해서는 꼴등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임은 반만 참석하고, 모임에서도 주목받지 않는 사람들이 되는 연습을 하라고 일렀다. 심지어 골프 게임에서 일부러 상대에게 져 주어 꼴찌가 될 것을 요구했다. 보기와는 달리 완벽주의 성격에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나의 내몸이기주의 철학을 공감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충실히 처방을 따르는 성실한 내몸경영자가 됐다.
효과는 놀라웠다. 불과 6주말에 5kg을 감량하고 60kg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수술을 고려할 정도로 아팠던 무릎의 통증도 어느새 사라졌다. 그녀는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관이 닥쳤다. 주중에 다이어트에 집중하다보면 에너지밸런스가 마이너스가 되는 주말 저녁에 친구들이 느닷없이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한 치 망설임 없이 흔쾌히 방문 수락을 한 것은 물론이고, 주말이라 평소 일하던 도우미도 없는 상태에서 양씨는 한껏 욕심을 내고 말았다. 버릇대로 한상 가득 차려 잘 대접할 욕심에 있는 힘, 없는 힘을 짜내 상을 차리고 친구들을 대접했다. 물론 본인 역시 폭식을 하고 말았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나서 양씨는 결국 탈진과 복통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에 온갖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진짜 이유가 한국의 관계중심주의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면서.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고 다시 나를 찾았을 때 그녀의 체중은 다시 2kg 늘어있었다. 지나친 남 생각하기가 가져다준 교훈치곤 대가가 너무 컸다. 이런 관계 중시, 남의 시선 의식은 락다이어트의 최대적 가운데 하나다.
다이어트는 동전만 넣으면 자동적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무슨 머신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가고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수정하는 자기주도의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관계, 지금까지의 회식습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몇 가지 락다이어트 규칙만을 맹목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남에 대한 쓸데없는 배려로 잃는 것은 결국 당신의 내몸이다. 환경 변화 없이 나만 변하려는 시도는 100% 실패로 귀결된다. 나와 환경 모두를 변하게 만드는 능동적이고 전체적인 다이어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31일 락다이어트 훈련 동안만이라도 의도적인 폐인전략, 외부와 계산된 고립을 추구하라. 물론 좀 약삭빠르다 싶은 관계유지 기술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몇 번 몸이 안 좋다고 말한다고, 몇 번 바쁜 일이 있다고 둘러댄다고 지금까지 이어온 관계가 모두 깨어지진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그 정도의 신의 없는 관계라면 정리하는 편이 낫다.
외부와의 고립은 물리적 면은 물론이고 심리적 면도 포함한다. 락다이어트는 한 달 만에 날씬한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지상주의가 아니라 평생다이어트 습관의 틀과 방법을 모색하고 만드는 중대한 전환점이므로 최대한의 자기집중, 몰입이 요구된다. 사소한 외부 접촉이나 관성적인 관계유지는 자신의 결의를 무너뜨리기 일쑤다. 아직 설익은 다이어트 습관으로 막강한 외부자극에 몸을 내맡기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습관이 굳어진 후라면 어떤 외부의 부정적인 유혹이나 시선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양해를 구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분간 친구, 애인, 모임, 직장에 폐인선언을 하고 최대한 만남과 음식회동을 자제하길 바란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식욕통제가 충분히 가능해지면 더 이상의 폐인 전략은 필요치 않다. 그 이후라면 당신은 예전처럼 마음껏 만남과 사교를 즐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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