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먹는 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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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온갖 말로 꼬드겨서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일 양으로 쫓아다니며 먹이는데, 그날 따라 아이들이 얄밉기 시작했다. 두 녀석을 먹이다 보면 내 밥은 식어 가고, 밥맛도 잃어 가고, "한번만 더 먹어라" 하며 애걸복걸하고 있는 게 나였다.
다른 습관은 그런 대로 단호하게 잘하는 거 같은데, 먹이는 것만큼은 나도 모르게 저자세로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자 하는 것이 어미로서의 본성이겠지만, 하루 세끼 먹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는 건 또 하나의 작은 전쟁을 치른다는 이야기다.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니다가 "이 치사하고 얄미운 녀석아! 관둬라! 관둬! 먹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 난 모르겠다. 절대 안 먹여줄 테야. 안 먹으면 너 손해지 내 손해냐. 이놈아!"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나면 속이 좀 풀린다.
그리고는 앞으로 좀더 단호한 태도를 지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밥의 양도 한두 숟가락 분량만 퍼놓았다. 밥 먹기 전엔 간식은 절대 안 되고(배달 오던 야구르트랑 우유도 끊었다.) 어쩔 땐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만 담아오도록 해서 자기 스스로 양을 정해 보도록 했다. 요리할 때도 케이크 칼로 썰어보게 하고,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것도 보게 하고, 밥통에 쌀을 넣어 지어보게도 했다.
어쨌든 밥 먹는 시간이 재미있어야 할 것 같아 이리저리 궁리를 했다. 마침 우리 집에 있던 그림책들 중에 곰돌이가 뚝배기 된장국을 밥과 맛있게 먹고 힘이 나서 달리는 모습이 담긴 것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뚝배기에 된장국을 끓여 식탁 위에 놓고 그 책도 마주 세워놓은 채 밥을 먹었다.
"곰돌아, 우리 밥 먹자."
"그래, 그래. 주형아, 너도 많이 먹어라."
"나도 된장국 먹는다."
"곰돌아, 밥 많이 먹고 우리 달리기 시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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