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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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연애가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어 안달이 난다. 하지만 막상 그 누군가가 생기고 나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저 사람이 날 사랑하는 걸까, 마음이 변한 게 아닐까, 내 사랑에 만족할까, 이대로 헤어지면 어떻게 할까 등등 고민에 빠지기 마련. 안 할 땐 안 해서 문제, 할 땐 해서 문제. 고민 없이 사랑하는 방법은 없을까?
“같이 있는데 왜 외로운 거죠?”
“왜 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외로운 걸까?” 솔로 생활을 갓 접은 커플녀들이 흔히 하는 말. 혼자일 때는 외롭고 지쳐 누군가가 나타나기만 하면 고독은 훌훌 털어버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를 해도 외로운 이 마음. 그래서 더 고달프다는데……. 같이 밥을 먹고 싶고, 영화를 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 데 막상 애인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거절할 때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로움. 알고 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던 ‘싱글’이었던 그녀인데도 말이다.
a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아져 솔로일 때는 혼자 하는 게 당연하던 것이 연인이 생기자 사소한 것조차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 익숙했던 고독이 한 순간에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대감이 커져 가진 것이 없었던 예전보다 기대감 대비 상실감이 더 커졌기 때문.
“감정싸움 하느라 지쳐요!”
누가 더 많이 좋아할까, 그 말과 행동의 의미는 뭘까, 왜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등등. 분석하고, 재고, 따지고, 참고 혹은 터뜨리고, 연애에 소모되는 감정은 엄청나다. 사랑 하나면 다될 줄 알았던 것이 서운해할 것도 많고, 바라는 것도 많아져 울고 웃다 스스로 지치는 경우가 많아진다.
a 사랑에는 변수가 많다는 사실. 싱글일 때는 고민을 해도 나와 관계된 것이며, 실망을 해도 나에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커플이 되고 나서는 상대와 연결된 모든 것에 의미를 두고 고민을 하느라 쉴 새가 없다. 혼자서 실망하고 따지고 그러다 위안받고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쉴 겨를이 없는 것.
“짝사랑하는 기분, 외로운 게 나으려나?”
그 사람도 날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해서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면? 분명 사랑은 하는데, 애인도 생겼는데, 그 애인을 짝사랑하는 기분! 차라리 혼자일 때 막연히 누군가를 바라보던 그 느낌이 더 낫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법. 애인이라 규정지어 놓고 혼자 애타게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니 짝사랑처럼 생각될 수밖에.
a 서로가 급해서라기 보다 연애가 급해서 만났거나, 너무나 무딘 남자를 만났을 때 가능한 시츄에이션. 짝이 없을 때야 짝사랑을 실컷 하고 아파해도 당연한 몫이려니 받아들이지만 애인이 있다면 달라진다. 사랑은 ‘통’하는 것인데 ‘주고 받음’이라 생각한다면 짝사랑 느낌이 더 강할 듯.
하지만, 다시금 떠올려 보는 혼자였던 그 시절!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면 차라리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심정으로 눈 질끈 감고 연애를 멀리 한다면 그건 더 나은 게 아니라 그저 ‘회피’일 뿐이다.
연애를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대부분 전적으로 자신에 관한 것이다. 내겐 왜 애인이 없을까, 난 왜 매력이 없을까, 난 왜 잘 대응하지 못할까, 그러다 스스로의 감정에 무뎌지고 자꾸 방패막을 만들어댄다.
연애는 방패막을 들어낸 후에 생기는 문제다. 내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더 힘들어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스스로 파고드는 것보다 남과의 관계 속에서 더 배울 것은 많다. 해도 문제라, 하기가 겁난다면 그래도 부딪쳐보라. 나중에는 방패막이 없어도 강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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